"신발 매장서 신어 볼 필요없다"…폰으로 발 찍으면 사이즈 측정

입력 2021-12-15 17:08   수정 2021-12-16 01:46

서울에 사는 30대 A씨는 평소 온라인 쇼핑을 즐긴다. 하지만 신발·의류 등 패션 상품만은 여전히 오프라인에서 구매하고 있다. 마음에 드는 신발이 있어도 사이즈가 맞을지 알 수 없고, 맞지 않으면 다시 반품하는 과정이 번거롭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이용한 ‘신발 사이즈 커스터마이징’ 스타트업인 펄핏을 우연히 알게 된 후 이 같은 ‘고정관념’이 깨졌다. A씨는 “펄핏에서 세 번 신발을 구입했는데 세 번 모두 사이즈가 딱 맞아서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신발·아기띠 등 맞춤형 퍼스널패션 확산

15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최근 인공지능(AI), 머신러닝, 정밀 촬영 등 정보기술(IT)을 활용한 비대면 퍼스널 패션이 각광받고 있다. 구매 전 착용이 불가능한 온라인 패션 시장의 한계를 맞춤형 서비스로 뛰어넘으며 오프라인 패션 산업을 추격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신발 사이즈 추천 스타트업 펄핏이다. 이 회사는 자체 개발한 측정 장치와 소프트웨어를 통해 약 4만 개에 달하는 신발 모델의 사이즈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소비자가 앱을 다운로드받은 뒤 스마트폰 카메라로 양발을 촬영하면 발 길이, 발 볼, 발등 높이를 분석한다. 이를 보유한 신발 데이터와 비교해 정확한 사이즈를 추천해준다. 펄핏은 나이키 뉴발란스 등 13개 브랜드 신발을 이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고, 신발 브랜드의 자체 온라인몰에도 사이즈 측정 솔루션을 제공한다.

소비자 만족도는 매우 높아졌다. 펄핏 신발의 반품률은 기존 온라인몰보다 70% 이상 낮은 2% 수준이다. 펄핏 관계자는 “구매전환율도 기존 온라인 신발 플랫폼의 5.7배, 석 달 이내 재구매율도 4.7배 높다”며 “접속자들이 믿고 구매하고, 만족한 소비자들이 재구매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밀착된 착용감이 중요한 아기띠 제품에도 이 같은 비대면 커스터마이징이 확산되고 있다. 육아 관련 스타트업 코니바이에린은 미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체격 편차가 큰 현지 소비자의 만족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IT를 적용했다. 머신러닝을 통해 80만 명에 달하는 구매 고객의 키, 몸무게, 출산 여부, 가슴 크기 등을 데이터화한 뒤 신규 소비자가 자신의 사이즈를 입력하면 이를 비교해 딱 맞는 제품 사이즈를 추천해준다. 지난해 이 회사는 전년보다 67% 증가한 237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급성장하고 있다.

온라인 판매가 금지된 현행법상 비대면 판매를 할 수 없는 안경에도 IT 열풍이 진행 중이다. 안경 스타트업 콥틱(브랜드명 브리즘)은 오프라인 매장에 정밀 3차원(3D) 스캐너를 설치하고 얼굴 모양과 사이즈, 미간 거리, 코 높이, 귀 모양을 측정해 얼굴 크기에 딱 맞는 안경을 추천해준다.
“오프라인 매장 찾는 유인 줄어들 것”
그동안 온라인 패션의 최대 걸림돌은 정확한 사이즈 측정이었다. 소비자들은 포장을 뜯은 뒤 사이즈가 맞지 않으면 상품을 재포장해 돌려보내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무신사 등 온라인 패션 플랫폼 이용이 늘긴 했지만 “옷과 신발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신어보고’ 또는 ‘입어보고’ 사야 한다”는 소비자가 여전히 많은 이유다.

그러나 비대면 패션 시장에서 IT를 이용한 ‘사이즈 커스터마이징’이 확산될수록 소비자 구매 패턴에도 큰 변화가 올 것으로 보인다. 패션 시장의 온라인 비중은 약 25% 수준으로, 국내 전체 분야의 온라인 침투율 40%보다 낮은 편이다. 사이즈 맞춤형 서비스가 이런 한계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명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데이터 기반 분석·추천기능을 갖춘 온라인 플랫폼이 늘어나면서 소비자가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유인을 줄이고 있다”며 “비대면 퍼스널 서비스 확산이 온라인 패션을 완성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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